안녕, 첫 글부터 반말이라니 명백한 결례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이곳에서 쓸 모든 글은 이런 문체를 유지할 생각이다. 이 블로그만의 특색으로 간주하고, 이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처음 쓰는 글은 보통 약간의 포부와 인사가 담기기 마련이지만, 요즘처럼 쿨한 세상에 굳이 인사가 필요할까 싶다. 약간 고개를 숙였다가 올릴 뒤 한쪽 눈을 찡긋 하는 정도가 적당하고 멋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삼십 대 초반의 청년으로, 그 시절 유난히 혹독했던 예의범절을 몸에 익히고 성장한 만큼 완전히 쿨해질 수는 없다. 그러니 이 첫 단락에만 인사를 전한다. 다시 한번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아참, 블로그의 장르 정도는 말해주는 것이 좋겠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리뷰' 채널을 표방한다. 전자 제품을 좋아하는 만큼 그것이 주가 될 것이고, 겸사겸사 IT관련 소식도 다룰 생각이다. 이 외에도 내가 사고 쓰는 물건들이나 내가 본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즉, 보고 듣고 쓰는 모든 것들에 관하여 말하고 싶다.
자, 그럼 제목처럼 지금부터 내가 소유한 아이패드 프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이걸 왜 샀나 싶다. 사실 이 글도 아이패드로 쓰이고 있고, 그간 아이패드로 쓴 글들이 제법 되지만 대부분 억지로 쓴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나는 지금도 억지로 아이패드를 챙겨서 카페에 왔다. 아이패드를 욕하는 글을 아이패드로 쓴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2022년 내가 산 것 중 가장 후회하는 물건 탑3에서 아이패드는 2위를 차지하는 물건인데. 1위와 3위도 차차 말해주겠다. 약간 스포를 하자면 1위도 애플 제품으로, 가관이다.
나의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 M1칩셋 3세대 모델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21년 5월쯤 출시된 모델이지만, 나는 그로부터 약 일 년이 지난 뒤에야 구매했다. 당시에도 이미 나에게 M1 맥북 프로 13인치 모델이 있었지만, 아이패드 뽐뿌를 떨칠 수 없었다. 이유는 세 가지이다.
맥북이 있어도 아이패드 프로를 산 이유
첫 번째, 예뻐서였다. 솔직히 예쁘지 않은가? 11인치라는 아담한 사이즈에 120hz의 주사율이 보여주는 화면의 부드러움, 거기에 전용 매직 키보드와의 조화가 내게는 터무니없이 예뻐 보였다. 이 마음만은 지금도 변함없다.
두 번째, 쓰고 있던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이 답답해서였다. 2018년인가 2019년인가, 아이패드 미니 5세대를 샀다. 요즘 나온 모델이 아닌 과거 홈버튼이 달린 그 모델이다. 씻을 때나 잘 때, 휴식을 취할 때 나의 든든한 유튜브 머신이 되어주는 아이패드 미니는 그뿐만 아니라 전자책이나 뉴스를 볼 때도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거기에 가볍고 얇기까지 하니 가지고 다니기도 좋아, 지금도 현역으로 잘 쓰이고 있다. 하지만 역시 7.9인치의 화면 사이즈는 가면 갈수록 답답하게 느껴져 큰 화면에 대한 갈망도 덩달아 커져갔다.
세 번째는 휴대성이다. 매직 키보드를 함께 들고 다닌다고 해도 맥북 프로보다 가볍기 때문이었다. 화면 크기가 무려 2인치 넘게 차이가 나니까. 실제 무게도 제법 차이가 난다. 맥북 프로 M1 13인치 모델은 약 1.4kg,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는 와이파이 모델 기준 466g, 전용 매직 키보드는 약 703g이다. 둘을 합치면 1,169g. 맥북 프로를 1,400g으로 잡으면 231g이나 차이가 난다. 무겁기로 유명한 아이폰 프로 맥스가 240g 정도이니, 이는 굉장히 큰 차이이다.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아이패드를 구매했고, 확실히 초창기에는 아주 잘 썼다. 맥북은 60hz 주사율을 가졌으니, 화면의 부드러움부터 너무나 만족스러웠고 예상대로 무게도 확실히 가벼웠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자 불현듯 애써 불편을 감수하며 가지고 다니는 나를 발견한 게 아닌가? 이 또한 세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맥북 유저로서 아이패드 프로 구매를 후회하는 이유
첫 번째는 배터리 타임이다. 나는 맥북을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화면 밝기를 최대로 올리고 유튜브 시청과 웹서핑, 문서 작업, 포토샵 등을 주로 한다. 이때 배터리는 시간당 13~15% 소모된다 (1년 6개월 사용 기준). 넉넉하게 잡아도 6시간은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화면 밝기를 몇 단계 낮추면 8시간 이상도 너끈하게 사용 가능하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는 키보드를 부착해 사용할 경우 화면 밝기를 최대한으로 했을 때 시간당 약 22% 내외가 소모된다. (구입 초기 기준으로 지금은 소모량이 소폭 더 증가함) 4시간도 채 할 수 없다는 뜻이고, 화면 밝기를 타협해도 5시간 정도 겨우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시간도 결코 적은 시간은 아니다.
문제는 두 번째부터다. 나는 주로 문서 작업과 포토샵, 웹서핑, 유튜브 등을 하는 만큼 이는 아이패드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이패드 전용 포토샵은 내게 너무 불편했고, 기능적으로 제한되는 부분도 많았다. 무엇보다 포토샵을 할 경우 배터리 타임은 더 크게 줄어들었다.
세 번째는 이로 인해 결국 충전기를 휴대해야 했다. 가볍게 다니기 위해 아이패드를 샀지만, 배터리 타임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충전기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니.. 휴대폰 전용 어댑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니 맥북 전용 어댑터보다 무겁겠냐마는 여하튼 가볍게 다니기 위해 산 아이패드의 효용성이 퇴색됐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맥북 하나만 챙기고 다니게 되었다.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것은 많은데, 정작 필요한 기능은 아이패드에서 지원이 안 되거나 제한적인 것에 반해 맥북은 모든 게 가능하니까. 아이패드는 확실히 좋은 제품이다. 품질이나 디자인, 사용 경험 모두 우수하다. 하지만 구매하기에 앞서 자신의 사용 패턴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림을 그린다면 고민할 게 뭐가 있는가. 당장 질러야지. 특히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3세대는 요즘 한창 욕먹고 있는 아이패드 8세나 비싼 아이패드 에어에 비해 금액이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그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디스플레이, 페이스아이디, 카메라, 디자인 등등. 물량만 있다면 2023년 현재도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 다만 나와 같은 사용 패턴의 유저는 재고하시라.
아이패드 미니 vs 아이패드 프로
끝으로 아이패드 프로 구매를 고려했던 이유 중 하나인 '아이패드 미니 대체' 부분에도 역시나 실패했다. 아이패드가 워낙 크다보니 집 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쓰는 나의 사용 패턴에 잘 맞지 않았다. 무겁고, 떨어뜨릴까 봐 조마조마하다. (아이패드 미니조차 몇 번을 떨어뜨렸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는 아이패드 미니를 당분가 더 쓸 것 같다. 다음에 또 아이패드를 구매할 기회가 있다면 미니를 선택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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