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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UIT STORY

진심은 닿는다.

남자는 한번 도 본 적 없던 여자와 인연을 전제할 수 있는 관계를 기약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장소는 주말의 소란함이 비교적 적은 한적한 카페였고, 먼저 도착한 남자는 바깥이 훤히 보이는 창가 쪽 둥그런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여자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첫 만남이 부디 모서리가 없는 동그란 테이블처럼 유하게 흘러, 답답함 없는 트인 창가 앞의 햇빛처럼 따뜻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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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UIT . FOOD ESSAY 고향의 '향'이 되는 냄새 소란스러운 한낮의 도시는 새벽에도 어김없이 본연의 모습을 발한다. 지치지 않고 불을 밝히는 등대나 꺼지지 않는 가로등은 새벽이 내는 또 다른 빛이라는 소음이다. 낮은 귀를 파고드는 소리에, 밤은 눈을 아득하게 하는 빛에 우리는 쉼 없이 쬐여 어느샌가 지쳐버리곤 한다. 그래서 도시의 발달에 정기를 빼앗겨 빛을 잃은 듯한 깊은 시골의 어둠은 공포보다는 아늑함, 나른함 보다는 안식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특히.. 더보기
  • FRUIT . FOOD ESSAY 비닐하우스 / 할머니가 가지셨던 순수함 어린 시절, 선생님은 나와 학우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셨다. 우리나라만이 가진 특별함을 말해보세요. 이 나라에 태어나 선조가 물려준 언어를 포함한 자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저 당연한 권리라 여겼던 나에게, 그 권리가 갖는 특별함을 묻는 질문은 어린 나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담임이셨던 선생님은 지식 적인 면을 먼저 채워 질문을 하는 것은, 답안지를 보고 답을 작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자.. 더보기
  • FRUIT . FOOD ESSAY 보리차 / 옥탑에서 끓어 오르던 주전자 초등학교 6년 중 이제 겨우 반절 정도를 해냈을 무렵. 우리 집은 회색빛 건물의 옥상에 있었다. 화장실 하나가 유일한 두 번째 방으로 딸려 있던 옥탑은 가스레인지가 불을 밝히는 주방도 거실도 우리가 잠드는 침실도 '겸'이라는 음절 하나로 통일이 되어 있던 단칸방 이었다. 싱크대 위에 놓인 흰색의 도마에서 재료를 써는 소리와 불 위에서 끓고 있는 찌개 소리 모두가 한 칸의 방에서 울려 퍼지던 집. 자그마한 그 집에서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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