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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UIT STORY

고난이 만들어낸 짭짤함 ※ 유튜브 채널 '시뷰'를 구독하고 영상 수필을 시청해주시면 전 기쁠 거예요 :D 유튜브 바로가기 2월의 중반을 향해 시간은 여과 없이 겨울의 바람만큼이나 냉담하게 날아간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빠른 시간에 대한 아쉬움의 크기만큼 기대감 또한 무시 못할 크기로 부풀어 간다. 아마도 겨울바람 탓일 것이다. 그것이 옷의 틈새를 파고들어 살갗을 베기 때문에, 자연스레 봄에 대한 갈망을 키우는 것이다. 얌전하지 못한 잠버릇에 이불을 빼.. 더보기
성급한 매화梅花 ※ 유튜브 채널 '시뷰'를 구독하고 영상 수필을 시청해주시면 전 기쁠 거예요 :D꽃이 머문 자리에 초록 잎이 안착하면 이내 꽃이 남긴 흔적은 희미해집니다. 키 높은 나무들에서는 더 이상 지난날의 꽃을 찾아볼 수 없죠. 왕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일까요. 여름을 향하는 길목의 고동색 생명들은 왕 앞의 백성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그의 모든 것을 닮기 위해 달리 피어있던 꽃들을 허물고 초록으로 단장합니다. 하나하나가 독립적이었던 개체는 그렇게.. 더보기
쑥에서 본 희소성에 대하여 우리의 물질적 요구에 비하여 그것을 충족할 수단이 질적·양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하는 희소성. 희소성이 있는 요소는 응당 높은 가치로써 인정을 받고 물질적인 것은 그만한 값으로, 비물질적인 것은 산발적으로 등장해 놓친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안기며 그가 가진 특별함을 표출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맹렬히 매달리며 환호한다. 기업은 이를 놓치지 않고 오래전부터 이어온 전통처럼 '특별'이라는, 평범한 것과 다르다는 뜻의 수식어를 온갖 상품에 붙이고 한정 .. 더보기
시인의 멜론 국가國家는 국화國花나 국가國歌같은 것으로, 사람은 각자 가지고 있는 외내향적 특징으로 자신만의 상징적인 것을 만들어 표출한다. 그리고 단연, 계절 또한 저마다 상징적인 색을 갖고 자신이 머물다 가는 시간 동안 세상에 잠식한다. 겨울은 하얀 눈을 내세워 새파란 추위를 매 순간 모든 공간에 뿌려 놓고, 봄은 무수히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들을 내세우지만 벚꽃과 사랑을 닮은 선홍빛을 배경으로 한다. 가을은 말라죽어가는 낙엽의 애처로운 갈색과 마지막 핏기를 .. 더보기
그녀의 대추 지어진 지 오래된 집부터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집까지. 지붕들이 하나 같이 낮은 키를 갖고 있어 그것들이 가진 색이 훤히 보였다. 파란색의 하늘 아래 진부한 초록의 땅을 무심하게 꾸미던 지붕의 색들은 특별한 감흥을 주지는 않았다. 세월이란 것에 생기生氣라는 이름 아래 색과 견고함과 살점을 담아 건넨 탓일까, 지붕은 드문 드문 기왓장이 빠져 있었고, 남은 것은 예외 없이 이가 빠져있었다. 어느 빈집은 빗장이 마지막 걸음이 언제인 지 헤아릴 수 없을 정.. 더보기
'눈의 향'이라 불리는 딸기 첫눈에 이어 두 번째 눈이 내린 어느 날의 아침. 여명黎明이 밝아 온 직후 하늘은 파란색의 압도적인 지배를 받았던 어제를 지나, 점차 청명淸明을 멀리하고 구름을 끌어다 모으기 시작했다. 오전에 눈 소식이 있을 거란 건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럼 눈 소식이 있는 날이면 하늘은 전쟁을 준비하는 장수들의 분주함처럼 일찍이 눈구름을 대동하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정작, 전야前夜까지도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아주 잠깐 먼 눈을 판 사이. 하.. 더보기
딸기 / 눈 속에 담긴 봄 첫눈에 이어 두 번째 눈이 내린 어제 아침. 여명이 밝아 온 직후였던 하늘에는 파란색의 영향력이 막대했다. 분명 오전에 눈 소식이 있었고, 눈 소식이 있는 날이면 하늘은 전쟁을 준비하는 장수들의 분주함처럼 구름을 한가득 끌어다가 내릴 준비를 할 텐데, 그 전야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나, 아주 잠깐 먼 눈을 판 사이. 하늘은 갑작스레 어두워졌다. 당장이라도 눈이 내릴 듯 눈 구름은 몸집을 부풀렸고, 순식간에 눈을 땅 위로 내렸.. 더보기
감홍 / 너는 누구보다 달콤했다. 가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으로 가을에 열리는 녀석은 마치, 어린 시절 내가 사고를 칠 때면 "넌 대체 누굴 닮은 거니"라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꾸중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을 온통 노란색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모호한 색으로만 천지에 깔아두는 가을에, 유별나게 붉은 색을 띠는 사과는 어머니의 꾸중처럼 가을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꾸준히 가을에 태어나던 녀석들은 매번 늠름하게 자라 어머니께 말한다.가을은 사실 매일 .. 더보기
귤 / 너는 점점 더 아름다워지겠구나. 껍질을 찢어 벗기면 주황색의 속살이 아닌 향을 먼저 대면한다. 아니, 껍질을 찔렀던 손톱 자리부터 이미 귤 향이 피어 오른다. 누군가 상큼한 향을 말하라 하면 이것을 말하면 되겠구나 싶을 만큼, 진한 향이다. 정확히는 진해지려고 하는 향이다. 이 향은 다음 달이면, 그 다음 달이면, 계절이 차갑게 식어 갈 수록 더 진해질 것이다. 아직은 초록색이 마치 얼룩 마냥 노란색의 옷에 묻어 있는 듯 보이지만, 곧 색 노란 .. 더보기
단감 / 이 가을의 마지막 피날레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할머니 댁의 한 편에는 소 두 마리가 우는 작은 외양간과 그 옆을 문지기처럼 지키는 감나무가 있었다. 할머니는 계절이 가을에 접어들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감을 소쿠리에 담으셨는데, 보통은 그것으로 감말랭이를 만드셨지만 생으로 깎아 드시기도 했다.당시 어린 나는 할머니가 하신 "감을 먹으면 화장실에 못 간다"라는 말 때문에 말랭이가 된 감만 먹었지만, 그 날은 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