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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UIT STORY

시인의 멜론

국가國家는 국화國花나 국가國歌같은 것으로, 사람은 각자 가지고 있는 외내향적 특징으로 자신만의 상징적인 것을 만들어 표출한다. 그리고 단연, 계절 또한 저마다 상징적인 색을 갖고 자신이 머물다 가는 시간 동안 세상에 잠식한다. 겨울은 하얀 눈을 내세워 새파란 추위를 매 순간 모든 공간에 뿌려 놓고, 봄은 무수히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들을 내세우지만 벚꽃과 사랑을 닮은 선홍빛을 배경으로 한다. 가을은 말라죽어가는 낙엽의 애처로운 갈색과 마지막 핏기를 발하는 붉은색뿐이고, 여름은 하늘과 숲이 뒤섞인 목청색을 선명히 발한다.


멜론은 인종처럼 각기 다른 색과 무늬를 가졌다. <오렌지 허니듀>라고 불리는 멜론은 연한 노란색의 과피와 함께 진한 주황색의 속살을 가진 것이 특징인 멜론이고,  <카나리>는 무늬 없는 노란색의 참외를 연상시키는 외형을 가졌다. <설향 멜론>은 이름처럼 하얀 눈을 닮아 흰색의 과피와 속살을, 마지막으로 <파파야>는 덜 익은 듯한 초록의 과피가 인상적인 멜론이다. 하지만 개중에서 가장 친숙하며 계절을 깊게 맹신하는 멜론은 누가 뭐래도 <네트> 혹은 <머스크>라 불리는 촘촘한 그물에 생포된 멜론일 것이다.


시뷰 / 와카레미치 (파파야 멜론)


다른 과일도 저마다 가진 특별한 향 안에 진한 맛을 연상시키는 촉매제를 넣어 사방에 뿌리지만, 멜론은 조금 더 특별한 에너지를 발한다. 어쩌면 포획을 위한 그물의 모양새와 함께 우리나라의 친숙한 사향麝香의 이름을 딴 <머스크musk>라는 이름이 달려있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반으로 잘린 멜론의 발향發向은 확실히 부정할 수 없는 진함과 멀리 퍼져 나가는 힘이 있다.


정확한 원산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장 대표적인 설로 최초에는 동아프리카의 야생종이었던 멜론이 아프리카 북부, 중근동에서 사람에 의해 재배화가 되면서 차츰 동서에 전해졌다고 하는 이야기다.


과채류에 속하는 멜론은 망고나 바바나같은 몇 개의 과일이 그렇듯 <후숙 과일>로 분류된다. 다만, 여타 과일이 후숙 정도에 따라 당도의 차이 정도만 갖는 것과 달리, 멜론은 후숙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약간의 단맛도 나지 않아 후숙이 보다 중요한 과실이다. 후숙의 정도는 멜론의 꼭지를 기준으로 정 반대인 밑동을 엄지로 눌러보면 쉽게 알 수 있으며, 약간 말랑하게 들어갈 때가 가장 맛있게 후숙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시뷰 / 와카레미치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한다. 친숙한 사향麝香의 이름을 딴 멜론은 촘촘한 그물 무늬가 인상적인 과일이었다. 그 시절의 나에게 그것과 비슷한 과일이라 하면 같은 부류의 수박이나 참외 정도가 전부일만큼, 당시에는 고가의 과일로 치부되어 보기 어려운 작물이었다. 부모님이 어렸던 시절, 비싼 값 때문에 바나나를 접하기 쉽지 않았던 것처럼 나에게 멜론이 그러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단일 과일 기준으로는 여전히 수박이나 참외보다 고가를 자랑하지만, 그때처럼 선망의 대상으로 치부돼 만나기 어려운 신세는 면했다. 얼마든지 그리울 때 찾아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되었다.


시뷰 / 와카레미치


그러나 어린 시절 그때보다 훨씬 더 가까워져 익숙해지고, 친숙해졌다 해도 확실한 믿음 하나는 그대로다. 멜론을 만들어낸 어느 신神은 시인詩人이었을 것이다. 여름을 닮은 색으로 채색하여, 그 계절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을 담아 그물로 감싸 놓은 건 시인詩人을 닮은 신神만이 가능하리라. 향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촘촘하게 부여잡고자 했던 그의 욕심에서 비롯된 낭만이었으리라.




시뷰 / 와카레미치 입니다. 삶과 사람의 틈새에 산란해 있는 사정을 추려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땅에서 시작된 작은 생명이 수십억 인간의 삶이 되는 것에 경외심을 느껴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수필 연재와 만났던 농민의 작물을 독자에게 연결해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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