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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새벽에 마주한 공중전화박스 하루 사이에 무겁게 내려앉은 겨울 추위 속에서 눈을 떴다. 시간은 새벽 5시 30분이었고, 휴대폰 배경에 띄어 놓은 날씨 위젯에는 '-8도'라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그저께만 해도 이 시간에 온도는 영상 10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틀 사이에 20도에 가까운 온도 차이로 한 순간에 한 겨울이 되고 말았다. 그 날밤 겨울을 얕잡아 보던 나의 말을 들었던 것일까. "12월인데 아직도 최저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다니.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울 거라 .. 더보기
추억은 나이와 함께 늘어간다. 언젠가 추억과 기억을 나름의 기준으로 구분한 글 하나를 읽게 되었다. 평소 글을 씀에도 글 읽는 버릇을 아직 못 들인 나는 타인의 글을 읽는 것을 스스로 강제해서라도 의식적으로 읽는 편인데, 이는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비어버린 광산에서 새롭게 광물을 발견하는 경험을 매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있어 새롭게 발견한 광물이 되어준 글 하나를 떠올리며, 추억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실 그 글은 추억과 기억을 메인으로.. 더보기
아홉수의 불안감을 지탱하는 것 가을이 무색한 아침 추위에 몸을 웅크리던 날이 엊그제였고, 그날을 지나 찾아온 오늘의 주말은 햇빛이 뜨거울 만큼 청명한 하늘과 함께,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11월은 일 년이 저물어 가는 언덕배기에 걸린 달이니, 우리는 또 자연스레 ‘올해’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올 한 해의 끝을 헤아린다.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최소한 내가 기억하는 시간 동안 이렇듯 날씨가 요란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겨울 추위는 봄이 도착한 후에도 끝날 생각.. 더보기
사과 한 조각 / 할머니, 당신이 겹쳐집니다. 하늘에 가을 특유의 '멋'이 짙게 깔려 있다. 가식적인 겉멋이 아닌 당연한 듯한 멋스러움이 저녁 하늘을 채우는 덕에, 시시각각 시선을 빼앗긴다. 좋다 이 가을이. 따가운 볕과 달리 후미진 곳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까지 다. 가을 분위기에 한껏 취해 정처 없이 한적한 저녁을 돌아다녔다. 조용한 거리든 북적이는 거리든 가리지 않으며 목적지가 없는 방황을 기쁜 마음으로 누렸다. 그러다 동네의 작은 시장에 발길이 닿았고, 저 멀.. 더보기
쌀 / 황금빛의 벼 인천 강화는 쌀로 유명하다. 이곳이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9~10월이면, 땅은 가을과 가장 가까운 색을 띤다. 햇빛인지 노을인지 모를 것들이 땅에 부서져 내리고, 무게를 이기지 못한 벼는 고개를 숙인다. 그것이 마치 무언의 사인인 듯, 햇빛을 닮은 구릿빛 피부의 농부가 시원하게 부는 색 노란 바람과 함께 고개 숙인 벼를 수확하면, 우리는 수확해 낸 햇빛으로 또다시 일 년을 사는 것이다.pexels장마철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지만, 여전히 근래에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