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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딸기 / 눈 속에 담긴 봄 첫눈에 이어 두 번째 눈이 내린 어제 아침. 여명이 밝아 온 직후였던 하늘에는 파란색의 영향력이 막대했다. 분명 오전에 눈 소식이 있었고, 눈 소식이 있는 날이면 하늘은 전쟁을 준비하는 장수들의 분주함처럼 구름을 한가득 끌어다가 내릴 준비를 할 텐데, 그 전야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나, 아주 잠깐 먼 눈을 판 사이. 하늘은 갑작스레 어두워졌다. 당장이라도 눈이 내릴 듯 눈 구름은 몸집을 부풀렸고, 순식간에 눈을 땅 위로 내렸.. 더보기
토이 파이탄 라멘 / 나 혼자 밥 먹으러 왔다! 라면과 라멘의 차이를 그저 언어의 차이로만 알고 있던 시절이 아마 20대 초반쯤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종각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점심시간이면 늘 무엇을 먹을지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소일거리였다. 그러다 당시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라멘'이란 것을 먹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라면이니 인스턴트의 짜고 매운맛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하며, 큰 기대감 없이 먹으러 갔던 걸로 기억한다. 식당에 도착해 음식을 주문하니 금세 두 그릇이 나왔다. 빨.. 더보기
아오리 사과 / 상큼함이 어금니를 누르듯 짜증을 달래는 개운한 맛 #쉰 두번째 글우거진 숲unsplash여름 숲은 총천연색(總天然色)을 이루며, 바람에도 자연스러운 풀내음을 실어 날린다. 가을과 겨울의 합작으로 죽어 잠들게 한 것들을 다시금 봄이 보채어 여름이 일으킨다. 무한정 반복하는 계절의 순환. 그래서인지 땅에서 태어나는 과일에는 그 날의 계절이 깊게 배어있다.오늘은 그중에서 여름의 푸르름이 깊게 배인 과일 하나를 말하려 한다. 사과이지만 가을처럼 붉은 것이 아닌, 숲의 푸르름을 두른 아오리.. 더보기
한라봉 / "손을 들면 저 밤하늘에 떠다니는 은하수에 닿을 것만 같아" #스물여덟 번째 글 (17.01.02)한라산을 닮았다울퉁불퉁한 표면과 항아리 같은 몸뚱이 위에 봉긋하게 솟아오른 머리, 못생기긴 했다. 지금에서야 고급 과일이라며 대접을 받지만 한때, 대접받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허나, 1990년대 제주에 들어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한라봉'이라는 정식 명칭을 얻게 되었다. 제주도의 대표, 높이 솟은 '한라산'을 닮았다 하여 얻게 된 이름이다.일본에서 건너오다한라봉의 역사는 이제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바라보는 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