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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한라산 소주 / 나는 제주에 산다. 20살의 나는 호기롭게 "참이슬 빨간 거!"를 외쳤고, 24살의 난 어디 조용한 술집만을 탐험가 '인디아나 존스'처럼 찾아내며 자리한 다음, 조용히 '자몽에 이슬'을 외쳤다. 그리고 현재 27살이 된 난, 여전히 자몽에 이슬과 '현재 진행형'이다.아, 조금은 애매하다. 동네 작은 술집 쇼케이스에서 '한라산 소주'를 발견했으니 말이다.비가 내리던 밤지금부터 난, 몇 주 전의 기억을 책자처럼 머릿속에 펼쳐 본다. 빗소리가 가득하다. 좀 전까지만.. 더보기
토이 파이탄 라멘 / 나 혼자 밥 먹으러 왔다! 라면과 라멘의 차이를 그저 언어의 차이로만 알고 있던 시절이 아마 20대 초반쯤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종각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점심시간이면 늘 무엇을 먹을지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소일거리였다. 그러다 당시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라멘'이란 것을 먹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라면이니 인스턴트의 짜고 매운맛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하며, 큰 기대감 없이 먹으러 갔던 걸로 기억한다. 식당에 도착해 음식을 주문하니 금세 두 그릇이 나왔다. 빨.. 더보기
참외가 죽는다. / 못 생겼다고 죽인다. 예쁘고 향기로운참외 향이 그윽하다. 한 개 두 개 정도에서는 느낄 수 없었으나,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탑을 쌓고 노란색으로 주변을 가득 채우니, 어느 놈에게서 시작됐는지 모를 향이 코 주변을 간질인다. 향이 좋다. 그 참외 앞에 서있을 때면, 마치 활짝 웃고 있는 어린아이 앞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어떤 비밀도 숨기지 못한 채 고스란히 날 드러내고 있는 듯한 부끄러움마저 느껴진다.그런데, 간과하고 있었다. 이렇게 지천에 예쁘고.. 더보기
토마토 가격이 벌써? 이 기억은 누구에게나 미화된 추억일 것이다. 이십 대 후반의 내 나이가 어렸던 시절, 어머니께서 토마토를 슬라이스 내어 설탕에 절여 주셨던 기억 말이다. 대부분 버스를 타고 어딘가 놀러 가거나, 체육대회와 같은 학교 행사에서 어머니는 늘 그것을 챙겨 오셨다. 그런 날은 늘 바람이 간지럽게 불었고, 구름은 햇빛에 증발하여 온통 파란 하늘이었다. 이제 부산 대저토마토의 철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일반 토마토가 그 자리를 대체해가는 중간 정도의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