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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감홍 / 너는 누구보다 달콤했다. 가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으로 가을에 열리는 녀석은 마치, 어린 시절 내가 사고를 칠 때면 "넌 대체 누굴 닮은 거니"라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꾸중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을 온통 노란색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모호한 색으로만 천지에 깔아두는 가을에, 유별나게 붉은 색을 띠는 사과는 어머니의 꾸중처럼 가을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꾸준히 가을에 태어나던 녀석들은 매번 늠름하게 자라 어머니께 말한다.가을은 사실 매일 .. 더보기
추석은 모두가 행복할 수 없었다. / 중의적 단어 바깥보다 안이 더 분주한 날. 밖 보다 안의 밀도가 더 높아지고 '남'보다 가족의 유대가 더 깊어지는 날. 바로 명절이다. 일 년에 몇 번 보기도 어려운 먼 가족은 '친척'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만 되어 있을 뿐, 그저 아는 지인 정도에 그칠 만큼 서먹서먹한 관계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명절은, 좋은 핑계가 되어 그들을 한 곳으로 끌어 모은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어찌 됐든 가족이지 않으냐"라는 절.. 더보기
사과 한 조각 / 할머니, 당신이 겹쳐집니다. 하늘에 가을 특유의 '멋'이 짙게 깔려 있다. 가식적인 겉멋이 아닌 당연한 듯한 멋스러움이 저녁 하늘을 채우는 덕에, 시시각각 시선을 빼앗긴다. 좋다 이 가을이. 따가운 볕과 달리 후미진 곳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까지 다. 가을 분위기에 한껏 취해 정처 없이 한적한 저녁을 돌아다녔다. 조용한 거리든 북적이는 거리든 가리지 않으며 목적지가 없는 방황을 기쁜 마음으로 누렸다. 그러다 동네의 작은 시장에 발길이 닿았고, 저 멀.. 더보기
홍로 사과 / 가을과 함께 와, 추석과 함께 간다. 가을이 이 땅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새로운 과일을 여는 일인가 보다. 가을의 입구에 들어서면 매년 변함 없이 햇사과와 햇배가 열린다. 배는 '원앙, 화산, 신고'라 불리는 품종이 차례로 열리기 시작하고 사과는 '홍로'라 불리는 품종이 열리는데, 나는 사과 중에 가장 맛 좋은 품종을 추천해 달라 하면 두말 하지 않고 바로 '홍로'라 말할 정도로, 이 사과를 굉장히 좋아한다.. 더보기
아오리 사과 / 상큼함이 어금니를 누르듯 짜증을 달래는 개운한 맛 #쉰 두번째 글우거진 숲unsplash여름 숲은 총천연색(總天然色)을 이루며, 바람에도 자연스러운 풀내음을 실어 날린다. 가을과 겨울의 합작으로 죽어 잠들게 한 것들을 다시금 봄이 보채어 여름이 일으킨다. 무한정 반복하는 계절의 순환. 그래서인지 땅에서 태어나는 과일에는 그 날의 계절이 깊게 배어있다.오늘은 그중에서 여름의 푸르름이 깊게 배인 과일 하나를 말하려 한다. 사과이지만 가을처럼 붉은 것이 아닌, 숲의 푸르름을 두른 아오리.. 더보기
사과 (부사) / "뉴턴은 이것으로 인류의 발견을 이뤘다" #서른 번째 글 (17.01.19)사과10월의 말, '후지'라고도 불리는 '부사'가 결실을 맺는다. 선홍빛의 맛깔스럽게 익은 사과가 제법 무게가 나가 보이는 듯 한데도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잘도 흔들린다. 바람은 익살스럽게 사과를 툭툭 치며 히히덕거리는 듯하다. 이 바람에 저 바람에 휘청이는 사과,그리고 이내 떨어진다. '뉴턴'은 그 날 그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인류의 큰 발견을 이룩하는데 기여한 사과,"작지만 큰 의미를 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