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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홉수의 불안감을 지탱하는 것 가을이 무색한 아침 추위에 몸을 웅크리던 날이 엊그제였고, 그날을 지나 찾아온 오늘의 주말은 햇빛이 뜨거울 만큼 청명한 하늘과 함께,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11월은 일 년이 저물어 가는 언덕배기에 걸린 달이니, 우리는 또 자연스레 ‘올해’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올 한 해의 끝을 헤아린다.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최소한 내가 기억하는 시간 동안 이렇듯 날씨가 요란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겨울 추위는 봄이 도착한 후에도 끝날 생각.. 더보기
감홍 / 너는 누구보다 달콤했다. 가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으로 가을에 열리는 녀석은 마치, 어린 시절 내가 사고를 칠 때면 "넌 대체 누굴 닮은 거니"라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꾸중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을 온통 노란색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모호한 색으로만 천지에 깔아두는 가을에, 유별나게 붉은 색을 띠는 사과는 어머니의 꾸중처럼 가을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꾸준히 가을에 태어나던 녀석들은 매번 늠름하게 자라 어머니께 말한다.가을은 사실 매일 .. 더보기
곶감과 감말랭이 / 빛이 귀한 거리에 흔들리던 감나무 얼마 전 이었다. 슈퍼문이 뜰 거란 소식은 분명 없었음에도 큰 달이 떡 하니 밤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씨가 될 말이 있어야 기대감이 생기고, 기대감이 있어야 대상에 도달했을 때 성취감도 생기 것 만, 기대하지 못한 등장에 그저 놀라 발을 멈춰 넋을 놓고 볼 뿐이었다.짙은 노란색의 달은 표면에 거뭇거뭇한 바다를 내세우며 위용 같은 것을 뽐내고 있었고,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번화가의 빛은 밤하.. 더보기
화산배 / 찰나가 남긴 깊은 것들 모호한 색이다. 어느 것으로 이름을 지어 불러야 하고, 어떤 단어를 입에 올려 너의 색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노란색으로 할까? 그렇게 칭하기에는 빛이 꽤 바래져 있다. 연한 노란색으로 할까? 그렇게 칭하기에는 연노랑이 가진 풋풋함과 연약함과는 이질적인 투박함을 가졌다. 그럼 어떠한 색으로 너를 표현하면 좋을까?문득 눈을 하늘에 올려다 놓았다. 햇빛이 가을을 입은 탓에 그 색에 붉은 끼가 서려 있었다. 만선의 꿈을 이룬 배 수백 척이 파.. 더보기
홍로 사과 / 가을과 함께 와, 추석과 함께 간다. 가을이 이 땅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새로운 과일을 여는 일인가 보다. 가을의 입구에 들어서면 매년 변함 없이 햇사과와 햇배가 열린다. 배는 '원앙, 화산, 신고'라 불리는 품종이 차례로 열리기 시작하고 사과는 '홍로'라 불리는 품종이 열리는데, 나는 사과 중에 가장 맛 좋은 품종을 추천해 달라 하면 두말 하지 않고 바로 '홍로'라 말할 정도로, 이 사과를 굉장히 좋아한다.. 더보기
무화과 / 나는 지금 이 가을의 문턱을 한 박스 사들고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요즘은 하루하루 저녁 바람이 시원하게 부니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이, 곧 떠날 여행일자를 기다리는 마음만큼 설렌다. 높은 가을 하늘을 물들일 석양을 닮은 물감이 얼마나 예쁠지, 상상만으로도 끝자락인 여름에게 위로마저 보내고 싶은 요즘. 새로운 과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 武(없을 무)와 花(꽃 화)를 써서 "꽃이 없는 과일"이라 불리는 '무화과'다. 이것을 시작으로 식욕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은 다채로운 먹거리로 풍년을 불러일으키겠지.오늘, 엄한 마음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