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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

책,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작가의 신간 <한때 소중했던 것들>이 나오자마자 구매해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다. 앞서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은 본업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사는 통에 여가 시간이 없었음에도 이 틀이 채 되기 전에 읽었던 것에 비하면 꽤나 느린 속도로 읽은 것인데, 아마도 앞의 두 권을 책을 단순히 읽은 독서라는 목적 외에도 새로운 자극이나 생각들을 얻기 위한 행동도 포함되었기에 그런 것 같다. 두 권의 책을 .. 더보기
고향의 '향'이 되는 냄새 소란스러운 한낮의 도시는 새벽에도 어김없이 본연의 모습을 발한다. 지치지 않고 불을 밝히는 등대나 꺼지지 않는 가로등은 새벽이 내는 또 다른 빛이라는 소음이다. 낮은 귀를 파고드는 소리에, 밤은 눈을 아득하게 하는 빛에 우리는 쉼 없이 쬐여 어느샌가 지쳐버리곤 한다. 그래서 도시의 발달에 정기를 빼앗겨 빛을 잃은 듯한 깊은 시골의 어둠은 공포보다는 아늑함, 나른함 보다는 안식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특히, 그곳이 가진 그곳만의 향이 되지 못한.. 더보기
비웃는 땅에 첫 발자국을 남기기까지 "여기는 지구, 우리는 표류되어 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취해 치욕과 욕심, 모든 선과 악을 알게 된 뒤에도 우리는 지구라는 섬에서 억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은 시간의 순행에서 우리는 꽤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표류해 있다는 진실과 바다는 검은 것이었고, 그곳에는 무엇도 헤엄치지 않는 다는 걸. 그저 행성과 항성. 그것들의 멸망과 탄생만 있을 뿐이라는걸.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우리는 섬에 갇혔다. 끝과 끝이 붙어 버린 동그.. 더보기
이별을 망설이는 인연 이별과 지속 사이에서 물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는 인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하기에 앞서, 이별과 이별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마음을 쥐어 짜내는 이들과 그때의 나를 떠올려 본다. 각자 자신의 나이까지 살아낸 사람들에게 나이란 곧 인생의 두께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 두께는 마음에 겹겹이 쌓여 스스로 정립해둔 사상과 가치관, 성격을 보호한다. 나이가 들수록 성격을 못 굽히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고, 당연히 이런 두께가 쌓일수록 사랑이라.. 더보기
추억은 나이와 함께 늘어간다. 언젠가 추억과 기억을 나름의 기준으로 구분한 글 하나를 읽게 되었다. 평소 글을 씀에도 글 읽는 버릇을 아직 못 들인 나는 타인의 글을 읽는 것을 스스로 강제해서라도 의식적으로 읽는 편인데, 이는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비어버린 광산에서 새롭게 광물을 발견하는 경험을 매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있어 새롭게 발견한 광물이 되어준 글 하나를 떠올리며, 추억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실 그 글은 추억과 기억을 메인으로.. 더보기
나만의 사랑 법 떠나는 연인의 무거운 발걸음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별 후 버려지듯 남겨지는 이에 대한 연민인 걸까. 아니면 떠난 뒤 언젠가 찾아올 우리가 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적어도 나는 후자이길 바란다. 연민이나 안쓰러움에서 태어난 무거운 걸음이 아니라, 최소한 내가 너를 사랑한 동안 최선을 다했으니 떠난 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를 향한 그리움으로 외로움에 집어삼켜지길 바란다. 외로움에 삼켜진 이는 새롭게 시작할 사랑에 조급해질 수밖에 없.. 더보기
아홉수의 불안감을 지탱하는 것 가을이 무색한 아침 추위에 몸을 웅크리던 날이 엊그제였고, 그날을 지나 찾아온 오늘의 주말은 햇빛이 뜨거울 만큼 청명한 하늘과 함께,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11월은 일 년이 저물어 가는 언덕배기에 걸린 달이니, 우리는 또 자연스레 ‘올해’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올 한 해의 끝을 헤아린다.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최소한 내가 기억하는 시간 동안 이렇듯 날씨가 요란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겨울 추위는 봄이 도착한 후에도 끝날 생각.. 더보기
이별 후 다시 재회 하루에도 수 천 수만의 생명이 죽고, 그에 준하는 생명이 태어난다. 이별하는 수만큼의 재회가 있고, 새로운 사랑의 생성만큼 사랑이 소멸한다. 그녀를 만난 남자가 있는 반면, 그녀를 잃은 남자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 불리는 틀은 이렇듯, 의식적으로 모든 것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집착한다. 이런 사실이 마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이 손익을 저울질하며 어느 한 곳으로도 기울지 않도록 애를 쓰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균형을 잃고 결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