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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UIT STORY

쑥에서 본 희소성에 대하여

우리의 물질적 요구에 비하여 그것을 충족할 수단이 질적·양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하는 희소성. 희소성이 있는 요소는 응당 높은 가치로써 인정을 받고 물질적인 것은 그만한 값으로, 비물질적인 것은 산발적으로 등장해 놓친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안기며 그가 가진 특별함을 표출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맹렬히 매달리며 환호한다. 기업은 이를 놓치지 않고 오래전부터 이어온 전통처럼 '특별'이라는, 평범한 것과 다르다는 뜻의 수식어를 온갖 상품에 붙이고 한정 생산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희소성이란 단어는 우리의 삶에서 또 어떠한 결로 퍼져 있을까. 과거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생사를 걸고 결투를 펼치던 검투사들은 상대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 다르다며 영웅의 명예를 차지하고자 끝없이 부딪혔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칭호를 위해서.


희소성이란 단어를 우리의 삶에 투영시킬 것 없이 뜻을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삶에 전반적으로 산란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검투사들의 삶을 똑같이 반복하며 살아간다. 콜로세움보다 더 거대한 경기장에서 무기가 아닌 말로 혹은 시간을 사용하여 갈증뿐인 싸움을 지속한다. 당시의 검투사들과 다른 점이라면, 결투의 대상이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확대되었다는 것. 때때로 우린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타의 혹은 자의에 의해 행한다.


희소성 있는 인물로 특별해져야 한다고. 그로써 사회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러한 강박과 사회에 대대적으로 퍼져있는 관념에 우리는 끝없이 허우적거린다. 그리고 이는 슬프게도 농산물에까지 물들고 말았다.


시뷰 / 와카레미치


노지露地는 지붕으로 가리지 않은 땅으로 노지에서 자란 농산물은 날씨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자라기에 전반적으로 외형이 고르지 못하고, 하우스를 통해 재배된 작물과 비교해 더 높은 맛을 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하우스 기술이 등장한 이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노지보다 하우스를 통해 재배된 작물을 선호하게 되었다.


집 근처에 서있는 감나무나 살구나무, 꼭지를 무심히 던져놔도 이듬해 다시 토마토를 맺는 평범함과 익숙함은 희소성에서 꽤나 소외된 모습이다. 그리고 오늘 말하고자 하는 쑥은 그보다 더 외진 곳에서 쓸쓸히 서있다.


'쑥'은 희소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볼품없는 식용 식물 중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발에 차이듯 보이던 것이 쑥이었고, 이는 앞으로의 먼 날까지도 변함없을 모습이다. 세상이 변하고 땅에는 흙보다 회색의 시멘트가 더 넘친다 해도, 언젠간 바람에 실려 날아가던 풀내음과 물의 비릿한 향이 사라지고, 매캐한 냄새만 진득하게 남는다 해도, 쑥은 언제 어디서든 몸 어딘가를 치유하는 듯한 향을 뱉어 내며 땅 위에 자리해 있을 것이다.


어디를 가든 볼 수 있고 쉽게 맛볼 수 있으며, 다양한 음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쑥은 '적응의 동물'이라 불리는 우리와 흡사하다. 보통의 우리. 지천에 살아 숨 쉬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의 손에 길러질 수도 있는 식물이지만, 뛰어난 자생력 덕분에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싹을 튼다. 제초를 하고 죽이기 위한 약을 뿌려도 다시금 머리를 내미는 잡초 같은 녀석인데, 자라는 습성을 보면 잡초라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엄연히 '잡초'라는 말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풀을 의미하는 단어이니 말이다.


시뷰 / 와카레미치


그러한 특질은 예로부터 사람들이 쑥 자체를 생명력과 다산의 상징으로 여기게 된 사정이 되었다. 또 면역기능과 해독작용에 도움을 주고 피를 맑게 하며, 각종 부인병과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쑥 특유의 약재 향과 맛은, 침술과 약초 등을 기반으로 한 한의학에 의존했던 과거 사람들에게 쑥이 안 좋은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게 만들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약재보단 먹거리에 활용되는 비중이 더 높아졌지만, 과거에는 식량자원이 아닌 약초로 분류되어 약재로 주로 쓰였다. 그래서 쑥을 '약용식물'로 분류하는 것이다.


가까운 것을 가장 먼저 삶에 녹였던 선조들은 흔한 쑥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보였다. 앞서 말했듯 약재로도 활용했지만, 음식으로는 쑥국, 쑥떡, 쑥차, 쑥 칼국수, 쑥 부침개 등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음식에 사용했다. 단, 그 향과 맛이 워낙 짙기 때문에 자칫하면 영화 속 감초 역할보다는 주연을 잡아먹는 조연이 될 수 있었기에, 쑥 자체를 메인으로 하는 음식에만 주로 사용하였다.


'쑥'이라는 이름은 순우리말로 이름의 유래는 민담처럼 내려오는 것과 15세기경에 작성된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 비교적 정확한 유래가 실려 있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말에 더 매력을 느끼는 성격 탓에, 어디서든 머리를 쑥 내밀고 자라는 모습에 그 수식어를 따 지어졌다는 말에 더 마음이 쏠린다.


쑥이 알려준 평범함의 비범함


글의 서문을 열 때 말했던 희소성과 특별함, 그것을 위성처럼 겉도는 우리를 떠올리며 "어디를 가든 볼 수 있고, 음식과 약용의 경계를 허물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쑥이 정말 천하고 평범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뜻을 갖고 시간을 들여 키워내는 작물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텐데. 우리를 이롭게 한다는 것에서 그것들과 다를 바 없고, 되려 쓸쓸히 자란다는 안타까움과 달리 굳건히 스스로의 향을 품어내는 모습은 대견할 정도다. 어디를 가든 어느 곳에서나 흐릿한 초록빛을 발하며 그 향을 바람에 태운 채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하고, 시선 한 번, 따뜻한 관심보다는 자연스레 자신을 향을 전하는 것으로 "그 자리에 있다"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우리에게 심어준다.


장식 하나 없이 단출한 몸으로, 잔잔하지만 단단한 존재감을 보이는 쑥은 그 스스로가 자신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래, 앞에서 나는 한 가지 틀린 말을 했다. 쑥과 우리는 흡사하지 않다. 우리는 그것처럼 대견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시뷰 / 와카레미치


우리 주변에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이들이 있다. 내가 아는 그는 어떤 누구보다도 진득한 사람이다. 어떠한 일도 묵묵히 임하며, 답에 닿기까지 소리 없는 달리기를 계속해 나가는 인내를 가졌다. 그녀는 책임지는 사람이다. 앞서 경험한 것들을 미숙한 이들에게 전달하려는 확고한 책임을 가진 선생님이다. 단정하지만 톡톡 튀는 매력을 지닌 그녀를 비롯해 그녀와 경험하는 모든 것에 감사를 표하는 그.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마주칠 수 있는 그들 개개인은 모두 다 자신만의 특질을 갖고 있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빛나는, 특별을 넘어선 비범함. 평범한 그들은 모두 비범한 이들이다. 당신도 나도 예외 없이. 


우린 대견하게도 이 삶을 자신만의 리듬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빛나는 것에 눈을 빼앗겨 자신의 윤潤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시뷰 / 와카레미치 입니다. 삶과 사람의 틈새에 산란해 있는 사정을 추려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땅에서 시작된 작은 생명이 수십억 인간의 삶이 되는 것에 경외심을 느껴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수필 연재와 만났던 농민의 작물을 독자에게 연결해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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